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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구멍은 원래 있던 것인지 그 안으로 마치 숨겨 놓은 것 같은 나무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강원은 슬며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CCTV는 없는 듯하고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 또한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집어 들고 벽을 두드리니 어렵지 않게 가장자리가 부스러졌다.
이윽고 원하던 만큼 구멍을 넓힌 강원은 조심스레 상자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상자 겉면에는 흙만 묻어 있을 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설마 보물 같은 게 들어 있지는 않겠지?
강원은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나무 상자의 덮개를 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안에는 낡은 책과 파란색 액체가 든 병이 전부였다.
순간 깊은 실망감이 몰려왔다.
딱 봐도 어린아이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든 탓이었다.
책을 집어 든 강원은 별다른 기대 없이 첫 장을 넘겼다.
그러자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책에 쓰인 글자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강원의 눈 속으로 빨려 들었기 때문이다.
뭐 뭐야!
놀라서 황급히 책을 덮으려 했지만 마치 누군가가 강하게 붙들기라도 한 듯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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